삼성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런던 영국박물관에서 특별전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Korea: 2,000 years of Creativity)’ 개막을 기념하는 갈라 디너를 개최했다. 이재용 회장은 이날 이병철 창업회장과 이건희 선대회장으로부터 이어져 온 가족의 문화유산 보존과 나눔의 철학도 소개했다. 이 회장은 이병철 창업회장이 문화유산을 가꾸고 후대에 전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미술품 수집을 시작했으며 이건희 선대회장은 이를 이어 평생에 걸쳐 작품을 수집하면서 소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보존하기 위해 힘썼다고 말했다. 이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은 고대와 현대 작품을 아우르며 컬렉션을 확장하고 발전시키는 데 헌신했다고 소개했다. 이 회장은 “저희 가족은 여러 세대에 걸쳐 예술과 문화는 보존하고 함께 나눠야 한다는 원칙을 지켜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전시가 2000년에 걸친 한국의 창의성과 문화유산을 이해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이번 특별전은 2021년 이건희 선대회장 유족이 국가에 기증한 2만3000여 점의 이건희 컬렉션 가운데 주요 작품들이 전시된다.
워싱턴에서 시카고·런던으로… 기증한 문화유산을 세계와 공유
특히 이번 전시는 워싱턴과 시카고에 이어 세계적인 문화도시 런던으로 무대를 옮겨, 이건희 컬렉션을 통해 한국 문화의 깊이와 예술적 가치를 세계에 알린다는 데 의미가 있다. 지난해 11월 워싱턴에서 시작된 첫 해외 순회전에는 약 8만 명이 방문해 최근 10년간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특별전 가운데 가장 많은 관람객을 기록했다. 체이스 로빈슨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장은 이건희 선대회장을 선구적인 수집가로 소개하며, 유족의 국가 기증 역시 한국 역사에서 가장 의미 있는 기증 가운데 하나라고 강조했다. 올해 3월부터 7월까지 열린 시카고 전시에는 워싱턴보다 40% 이상 늘어난 약 11만5000명이 방문했다. 미국 두 도시에서만 총 19만5000명이 관람하며 한국 미술의 오랜 역사와 예술적 가치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특히 세계적인 건축가 렌조 피아노가 설계해 2009년 문을 연 시카고미술관의 현대미술 전시동 ‘모던 윙(Modern Wing)’에서 개최된 첫 아시아 미술 특별전이라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국보 7건과 보물 15건을 비롯한 국립중앙박물관 소장 문화유산과 박수근·김환기 등 근현대 주요 작가의 작품까지 총 140건 257점을 선보이며 한국 미술 2000년의 흐름을 폭넓게 소개했다. 미국에서 열린 첫 해외 순회전은 이건희 컬렉션을 해외에 처음 선보이는 것을 넘어 K팝과 영화·드라마를 통해 형성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을 전통문화와 미술로 넓히는 역할을 했다. 이어서 열린 이번 런던 순회전은 미국에 이어 유럽까지 K컬처의 외연을 세계로 넓히는 무대가 됐다.
1일부터 2027년 1월 31일까지 영국박물관에서 열리는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 전시는 이건희 컬렉션을 중심으로 한국 문화와 예술의 오랜 역사와 창의성을 유럽에 소개하는 대규모 특별전이다. 국립중앙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영국박물관이 공동 기획한 이번 특별전은 영국박물관에서 1984년 이후 42년 만에 열리는 대규모 한국 미술 특별전이다. 이번 전시는 기원전 300년경부터 현대까지 약 2300년에 걸친 한국 문화와 예술의 흐름을 폭넓게 조명한다. 고대 금속공예와 불교미술부터 고려청자, 조선시대 회화·공예, 근현대 미술까지 시대별 작품을 통해 한국 예술이 오랜 시간 변화하고 발전해 온 과정을 보여준다. 이번 영국박물관 전시에는 총 100건의 작품이 출품되며, 이 가운데 국보 10건과 보물 13건이 포함된다. 특히 ▲대구 비산동 청동기 일괄 ▲전(傳) 덕산 청동방울 일괄과 ▲까치와 호랑이 ▲이중섭의 ‘묶인 사람들’ 등 미국 순회전에서 공개되지 않았던 작품들도 새롭게 선보여 관심을 모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 순회전에서 관람객들의 주목을 받았던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비롯해 ▲김홍도의 ‘추성부도’ ▲백남순의 ‘낙원’ 등 주요 작품들도 영국박물관에서 다시 관람객을 만난다. 영국박물관은 1984년 2월부터 5월까지 ‘한국의 보물: 5천년의 미술’전을 열고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한국의 주요 문화유산을 소개한 바 있다. 당시 전시는 독일 쾰른과 함부르크로 이어지며 한국 미술과 문화를 유럽에 본격적으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후 영국박물관은 2000년 상설 한국관을 개관하고, 2014년에는 국립중앙박물관의 지원을 받아 전시 공간을 새롭게 단장하는 등 한국 문화와 예술을 꾸준히 소개해 왔다. 현재 한국관에서는 삼국시대부터 현대에 이르는 도자기와 회화, 금속공예, 칠기 등을 전시하고 있으며, 한국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하는 영국 내 대표적인 상설 전시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한국: 2000년 창의의 여정’ 전시 포스터이번 특별전은 이 같은 교류의 역사를 바탕으로 42년 만에 한국 미술을 다시 대규모로 조명하는 자리다. 영국박물관은 특별전에 맞춰 한국 미술 2000여 년을 다룬 공식 도록도 선보이는 등 이번 전시를 계기로 한국 미술을 보다 깊이 있게 소개할 예정이다. 세계 각국의 문명과 예술을 소개해 온 영국박물관에서 한국 미술을 대규모로 조명함으로써, 전 세계로 확산된 K컬처에 대한 관심을 한국의 전통문화와 미술로 넓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갈라 디너에 240여 명 참석… 한·영 오랜 인연 되새겨
갈라 디너에는 영국 정·관계와 문화계 주요 인사 등 240여 명이 자리해 한국 문화 유산과 예술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이날 행사에는 이재용 회장을 비롯해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 회장은 갈라 디너 인사말을 통해 이날 행사에 참석한 마이크 로 등 한국전쟁 참전용사 3명에게 존경과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한국과 영국은 140여 년 동안 협력 관계를 이어왔으며, 80여 년 전 영국과 첫 인연을 맺은 삼성은 지난 50여 년 동안 영국을 유럽 사업의 주요 거점으로 삼아 성장해 왔다. 삼성은 앞으로도 한국 문화의 가치와 위상을 세계에 알리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가는 한편, 미래 사업 성장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도 지속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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