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찾아간 서울 성동구 사근초등학교의 ‘심리안정실’에서는 6학년 한 학급 학생들이 사회정서교육 수업을 받고 있었다. 학생 11명은 바닥에 빙 둘러앉아 친구에게 쓴 편지를 한 명씩 돌아가며 읽었다. 교실 벽면의 빔 프로젝터 화면에는 캠프파이어 영상이 켜져 있었고, 잔잔한 음악과 조명이 차분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심리안정실은 학생들이 감정을 조절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공간이다. 국내에서는 주로 발달장애 학생을 위한 특수학교에 설치돼 있다. 사근초는 전국 일반학교 가운데 유일하게 지난해 3월부터 심리안정실을 만들어 시범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서울 초중고교에는 이와 같은 심리안정실이 확대된다. 최근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거나 정신건강 문제를 겪는 학생이 크게 늘면서 수업 방해, 교권 침해 등으로 이어지고 있는 데 따른 조치다. ● 서울교육청, 일반 초중고교에 ‘심리안정실’ 확대
1일 교육계에 따르면 서울시교육청은 일반 초중고교를 대상으로 심리안정실을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이달 중 일반학교와 특수학교에서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심리안정실 운영 매뉴얼을 만들어 공개할 방침이다. 매뉴얼에는 심리안정실 기본 설비와 교구 가이드라인, 운영 기준, 적용 프로그램 등이 담길 예정이다.
이어 올해 말까지 초등학교에 이어 중학교를 대상으로 심리안정실 운영 시범 사업에 나설 계획이다.
서울시교육청이 심리안정실 확대에 나선 것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정서·행동 특성검사’를 받은 학생 162만여 명 가운데 6만8921명(4.2%)이 자살 위험을 포함해 정서, 행동 발달상 문제가 있어 상담이 필요한 ‘관심군’으로 분류됐다. ‘정서적 위기’에 해당되는 관심군 학생은 2021년부터 매년 7만 명 안팎을 오가고 있다. 특정 학년만 선별해 검사하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관심군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 학생들은 수업 방해나 교권 침해 등에도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해 서울 지역 초중고 교사 248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52.6%가 “최근 1년간 정서·행동 위기 학생들의 수업 방해와 교권 침해가 늘었다”고 답했다.
● “혼자 차분히 생각 정리, 빠르게 마음 편해져”
정혜정 서울시교육청 특수교육과 장학사는 “이제 일반 학교에도 학생이 안정을 취하고 마음을 돌보는 공간이 필요하다”며 “서울 초중고교에 설치될 심리안정실은 감정 인식과 조절 방법을 가르치고 정서 위기 학생에게 회복을 지원하는 공간으로 활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근초 심리안정실에는 감정 조절과 표현법을 배우는 ‘사회정서학습 공간’과 학생의 심리 안정을 돕는 ‘감정 조절 공간’ 등이 마련돼 있다. ‘감정 조절 공간’에는 심리적 안정을 찾는 데 도움이 되는 묵직한 담요과 쿠션 의자 등을 비치했다. 또 방음문을 설치해 학생들이 최대한 방해를 받지 않고 자신의 감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이 학교 6학년 강지민 양은 “친구와 다투거나 성적 스트레스로 지칠 때 방문한다”며 “혼자 차분히 생각을 정리하고 감정을 가라앉힐 수 있어 단시간에 마음이 편안해진다”고 말했다.
사근초 학생들은 하루 최대 6회, 1회당 20분씩 심리안정실을 이용할 수 있다. 수업 시간에 심리안정실을 찾는 학생들을 위해선 교사가 별도로 보충 수업도 해준다. 심리안정실엔 지원 인력이 배치돼 이용 학생을 모니터링한다.
한기현 사근초 교장은 “일반 학교는 문제 학생을 단순 분리하기 위한 공간은 있어도 정서적 어려움 겪는 학생들이 회복하며 머물 공간은 없다”며 “심리, 정신건강 등 전문가들의 조언을 받아 심리안정실을 만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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