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30년 같이 살았는데 0원”…황혼이혼 분할연금 못받은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6년 10월 2일 11시 53분


최소 가입기간 10년 못채워
반환일시금으로 받는 경우
이혼 배우자에 분할 규정 없어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2026.9.10 뉴스1
서울 동대문구에 위치한 국민연금공단의 모습. 2026.9.10 뉴스1
30여 년의 결혼생활을 정리하기로 한 주부 김모 씨(62)는 이혼 후 남편의 국민연금을 나눠 받을 줄만 알았다. 가사와 자녀 양육에 전담하며 남편이 연금을 쌓는 데는 일정 부분 기여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편이 최소 가입 기간 10년을 못 채워 ‘반환일시금’을 받으면 자신의 몫을 따로 청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 씨는 “평생을 뒷바라지하느라 고생했는데 내 몫을 인정받지 못해 억울하다”고 했다.

‘황혼 이혼’이 늘면서 전 배우자의 연금을 나눠 받는 수급자가 증가하고 있지만, 연금을 한꺼번에 받는 반환일시금은 분할 수급이 불가능해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매달 일정 금액을 받는 노령연금 등과 달리 반환일시금은 배우자 몫을 나눠야 한다는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 ‘분할연금’ 수급자 9년 새 5.5배로

3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한지아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민연금공단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분할연금 수급자는 2016년 1만9830명에서 지난해 10만9312명으로 9년 만에 5.5배로 늘었다. 올 상반기(1~6월)에도 11만8090명이 분할연금을 받았다.

분할연금은 연금을 나눠 이혼한 배우자의 노후 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다. 보험료를 직접 내지 않았더라도 가사와 돌봄으로 연금 형성에 기여한 몫을 인정한다는 취지다. 전 배우자가 노령연금을 받을 권리가 있고, 그의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실질적인 혼인 기간이 5년 이상이어야 한다. 본인도 법정 수급 나이에 도달하는 등 요건을 갖추면 혼인 기간에 해당하는 연금액을 원칙적으로 절반씩 나눠 받는다.

이러한 분할연금 수급자가 늘어나는 배경에는 황혼 이혼 증가가 있다. 오랫동안 함께 살다 노후에 갈라서는 부부가 늘면서 연금을 나눠 생활비로 쓰려는 수요도 커진 것이다. 국가데이터처의 ‘2025년 혼인·이혼 통계’에 따르면 전체 이혼 가운데 30년 이상 함께 산 부부의 비중은 2015년 9.6%에서 지난해 17.7%로 늘었다.

● 분할 규정 없는 반환일시금, 연 1조3000억 원

문제는 전 배우자가 매달 연금을 받지 못하고 ‘반환일시금’을 받는 경우다. 반환일시금은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인 사람이 60세에 도달해 청구하거나, 국적 상실·국외 이주 등 법정 사유가 있을 때 그동안 낸 보험료에 이자를 더해 한꺼번에 지급하는 돈이다.

현행 국민연금법에는 이 돈을 이혼한 배우자에게 나눠 지급하는 규정이 없다. 이혼 과정에서 합의나 재판을 통해 재산분할을 다툴 수는 있지만, 분할연금처럼 공단에 직접 자신의 몫을 청구할 수는 없다.

반환일시금은 지난해 19만9383명에게 총 1조3253억7800만 원이 지급됐다. 지급액은 2016년 대비 9년 만에 51.5% 늘었다. 올해도 6월까지 9만5625명에게 6098억2000만 원이 지급됐다. 지난해 수급자 중 남성에게 지급된 반환일시금은 7976억7800만 원으로 전체의 60.2%를 차지했다.

● “반환일시금도 혼인 기간 기여 인정해 분할해야”

오랜 기간 집안일과 육아를 책임져 온 여성이 이혼할 경우 새 일자리를 구하기도 어려워 노후 소득 공백이 우려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반환일시금에도 분할 규정을 둬야 한다고 제언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혼인 기간에 쌓인 연금에 대한 권리는 잠정적으로 배우자와 절반씩 나뉘어 있다고 볼 필요가 있다”며 “상대방에게 노령연금 수급권이 생기는지와 관계없이 반환일시금에도 배우자의 몫을 인정하는 방식을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연구원 유호선·이예인 연구원은 올 6월 발간한 ‘국민연금의 분할일시금 도입 방안’ 보고서에서 일시금 수급자와 연금 수급자 간의 이혼 시 형평성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분할일시금’ 도입을 제안했다. 연구진은 “혼인 및 가입 기간이 5년 이상이고 상대방이 반환일시금을 청구하기 전에 이혼했다면 일시금 청구 시점에 맞춰 분할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한 의원은 “반환일시금에는 이혼 배우자의 기여를 반영할 제도적 장치가 없는 만큼 실제로 보호받지 못하는 사례가 얼마나 되는지 정부가 선제적으로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며 “혼인 기간 국민연금 보험료 납부와 노후 소득 형성에 대한 배우자의 기여가 합리적으로 반영되도록 분할 규정 도입 등 제도개선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놓친 뉴스와 그 맥락까지, 종이신문으로 읽어보세요.

동아일보 구독 신청
#국민연금#분할연금#황혼이혼#노령연금#반환일시금#연금수급자#혼인기간#연금분할
© dongA.com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개
  • 슬퍼요
    0개
  • 화나요
    0개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