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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유교 사회…나이 서열? 오히려 없었다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 입력 : 2022.12.30 11:06:14   수정 : 2023.01.07 09:27:04
조홍석의 ‘알아두면 쓸데 있는 유쾌한 상식 이야기’

2023년 새해가 시작됐습니다.

그동안 새해가 되면 자동으로 나이를 한 살 더 먹었는데 올해 6월부터는 만(滿) 나이로 통일되면서 앞으로는 각자 생일에 나이가 늘어나게 된다니 벌써 걱정이 앞섭니다.

그게 왜 걱정거리냐고요? 올해 설날은 자녀와 조카들에게 “이제 한 살 더 먹었으니~”로 시작하는 덕담을 할 수 있는 마지막 명절이 될 것입니다. 나이가 자동 업데이트되던 설날의 의미가 퇴색된다면 조만간 “왜 3일이나 쉬어야 하는가?” 하는 논쟁이 벌어질 수도 있습니다. 더구나 어른들이야 나이가 어려지니 좋겠지만 대한민국 미래를 짊어진 어린이들은 나이가 오히려 줄어들었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지 않을까요?

하지만 본격적인 아노미는 6월부터 시작될 것입니다.

처음 만난 상대방이 “나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오면 “제 생일인 모월 모일에서 2개월이 지났으니 오늘 현재 나이는 만 ○○세 2개월째 되겠습니다”라고 답변할 수밖에 없거든요. 내 생일이 노출될 뿐 아니라 상대방 생일이 하루라도 빠를 경우 동갑 친구가 아닌 형님, 누님으로 불러야 하는 사태로 이어지는 겁니다.

외국은 모두 만 나이를 쓰니 바꾸자는 주장은 서구 편향적 시각이기도 합니다. 지금도 태음력을 쓰는 여러 이슬람 국가들은 1년이 354~355일인 이슬람력을 쓰고 있기에 30세 정도가 되면 태양력을 쓰는 타 국가 사람들보다 한 살 더 먹고 있어요.

현재는 우리나라만 쓰는 세는 나이 방식 역시 원래는 중국, 일본 등 동아시아 국가들이 19세기까지 동일하게 사용하다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서양에서 쓰는 만 나이 방식으로 바꾼 거예요.

우리나라 역시 서구화를 추구하면서 만 나이로의 통일을 이미 시도한 바 있어요. 1962년 1월 1일부터 지금의 서력으로 연도 표기를 바꿀 때 나이 셈법도 만 나이로 통일했지만 여전히 일상생활에서 세는 나이를 기준으로 살아온 겁니다. 마찬가지로 오랜 기간 양력 1월 1일로 설날을 바꾸려 시도했지만 국민들이 음력 설을 더 선호하자 결국 설날로 환원해 현재에 이르고 있지요.

다만 나이에 따른 서열 문화는 개선해야 합니다. 나이가 한 살이라도 많으면 깍듯이 대우하는 게 우리 전통 문화라고 여기지만 이는 가리지날(가짜 오리지널) 지식이에요.

우리는 흔히 조선시대는 답답한 유교 사회였다고 생각하지만 나이에 대해서는 융통성이 있었습니다. 당시 조상님들은 위아래로 10살 정도는 다 친구로 지내는 광범위한 또래 네트워크를 형성했으며, 어린 시절부터 이름을 부르지 않고 별명인 자(子)로 불러주다 나이가 들면 상대의 호(號) 뒤에 선생을 붙여 불러줘 상호 존중하는 미풍양속을 갖고 계셨습니다.

이 같은 전통이 사라지고 1년 단위로 선후배 관계가 엄격해진 건 일제강점기 교육 제도가 결정적 영향을 끼쳤습니다. 당시 일본이 학교를 군대의 연장으로 생각해 학년을 기준으로 엄격한 상하 관계를 유지토록 해 자연스레 군대에서 계급별 상명하복이 이뤄지도록 했던 것이 해방 이후에도 이어져온 것이니까요. 그러니 만 나이로의 변화만 생각할 게 아니라 나이가 한 살이라도 차이가 나면 상하 관계를 따지던 일제 잔재를 벗어나 좀 더 유연하고 평등하게 바꿔나가는 문화로 만들어나가야 합니다.

그러니 존댓말과 반말로 구분하는 호칭 문화부터 바꿔 모두가 존댓말만 사용해 상대를 존중하면 어떨까 합니다. 반말을 쓰면 나도 모르게 상대를 하대하고 갑질하려는 상황이 나올 수 있으니까요.

사진설명

[조홍석 삼성서울병원 커뮤니케이션팀장]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191호 (2022.01.04~2023.01.10일자) 기사입니다]